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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산 정주영 회장이 조선사업을 결심하고 차관을 유치하기 위해 영국의 애플도어사(A&P Appledore)를 방문했을 때 이야기다. 비즈니스 미팅 자리에서 애플도어사의 롱바텀 회장은 멀리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건너온 정주영 회장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조선에 대한 기술도 전무할뿐더러 선박건조에 대해서 아무런 레퍼런스도 없는 이 작은 나라의 사업가를 어떻게 믿고 추천서를 써줄 것인지 고심했다. 그 때 정주영 회장이 내민 카드가 지금까지 한국 산업계에 전설적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500 원짜리 지폐였다. (그 당시는 500원이 지폐로 발행되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정주영 회장의 선천적으로 타고난 담력과 사업에 대한 동물적 감각을 느낄 수 있는데, 어찌되었건 애플도어 회장인 롱바텀 회장은 500원짜리 지폐에 그려진 이순신 장군과 거북선을 모티브로 한 정주영 회장의 설득력과 열정에 감동하여, 결국 ‘현대는 대형 조선소를 지어 경쟁력 있는 큰 배를 건조할 수 있다’라는 내용의 추천서를 바클레이즈 은행에 건네 주었다고 전해진다.
Charles Brooke Longbottom (22 July 1930 ~ 5 Feb 2013)
한국 조선업에 큰 전기를 마련해준 그는 고 정주영 회장의 열정에 감복해 추천서를 써준 것은 물론 리바노스라는 당시 그리스 해운업계의 거물까지 정주영 회장에게 소개시켜 준 것으로 전해진다. 금년 2월 5일 사망했다. 영면하소서 (롱바텀 회장 약력 바로가기, 위키피디아)
비즈니스는 계산기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당시 거대 기업이었던 애플도어사의 CEO씩이나 되는 롱바텀 회장이 단순히 정주영 회장이 내민 500원짜리 지폐 한 장에 담긴 이순신 장군과 거북선 이야기만을 듣고 감동을 받아 덜컥 추천서를 써주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시 상황을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롱바텀 회장은 미팅시간 내내 정주영 회장이 내민 500원 지폐를 뛰어넘어 그의 비즈니스 태도와 열정, 그리고 순간순간 정주영 회장이라는 사람이 과연 어떠한 사람인지에 대한 관찰을 세심하게 했을 것이다.
- 과연 이 사람이 내가 믿고 추천서를 써 줄만한 사람인가?
- 이 열정을 오래 간직할 수 있는 사람인가?
- 내가 과연 이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 어떠한 결과를 내게 가지고 올까?
끊임없이 관찰하고 생각했음은 보지 않아도 자명한 사실이다. 적어도 그는 거대기업 애플도어의 CEO 였으니까..
감히 단언하건대 (고)정주영 회장께서는 비즈니스에 관하여 아주 작은 면에서부터 치밀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매너가 몸에 배었던 사람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는 롱바텀 회장의 서명을 얻어내는 것을 뛰어넘어 그에게 리바노스라는 그리스 해운업계의 거물까지 소개받았을 리가 만무하다. 비즈니스는 단순히 치기 어린 열정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어우러져 만들어나가는 예술이니까.. 결론적으로 나는 정주영 회장의 비즈니스 태도가 롱바텀 회장을 감동시켰고 알려지지 않은 작은 찰나의 비즈니스 매너와 어떠한 정의되지 않은 매력이 정주영 회장에게, 또 우리나라에게 많은 것을 되돌려 주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비즈니스 자리에서는 아주 작은 것들이 성패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뛰어난 기획서와 짜임새 있는 사업구조, 전도유망한 아이템은 성공적인 거래를 위한 필수요소이지만 의외로 미팅을 진행하다 보면 아주 작은 것들, 예를 들면 몸짓 하나, 태도 하나에서 거래가 결정되는 경우도 많다. 앞서 언급했듯이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이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반드시 이해타산적인 수치적 득실이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비즈니스 미팅에서 어떻게 상대방에게 긍정적이고 좋은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을까? 수많은 미팅에서 내가 느꼈던 점, 아니 결과를 떠나서 내가 즐겨 사용했던 방법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비즈니스에서 좋은 인상을 남기는 소소한 팁
Tip 1. 상대의 거부감이 없다면 직급을 한 단계 높게 불러라
의외로 많은 상대방이 이 방식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지 않는다. 아니 거꾸로 많은 사람들이 이 방식에 호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상대방의 직급이 대리인 경우 과장, 과장인 경우 차장, 차장인 경우 부장, 별도의 직함이 없는 경우가 많은 외국계 회사의 경우 매니저님, 실장님 등 미팅 초기에 상대방의 명함에 인쇄된 직급보다 한 직급 슬쩍 높이 불러보는 시도를 해보라. 십중팔구 많은 사람들이 별 거부감을 느끼지 않거나 “에이 저 차장 아닙니다”라며 씩 웃는 경우가 생긴다. 어차피 누구나 직장생활 하는 사람이라면 직급에 대한 욕구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꽤 좋은 이미지를 남길 수 있다. 이 방법은 누군가가 자신의 직급을 한 단계 높게 불러주는 것을 경험해보면 금방 효과에 대해 느끼게 된다.
Tip 2. 상대방이 말할 때는 두 손을 깍지 끼고 경청하는 것이 좋다
대형 증권사나 은행의 PB 센터 등 VIP 와의 거래가 잦은 곳에서는 직원들의 매너를 위하여 호텔리어 교육까지 별도로 받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금융권에 근무할 적에 그러한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 당시 강사가 가장 강조했던 점 중에 하나는 상대방이 말할 때 양손을 깍지 끼고 듣는 태도였다. 지나고 나서 실제로 적용해보니 이게 생각 외로 말하는 화자에게 대단히 겸손하고 예의 바르다는 인상을 주기에 모자람이 없는 방법이었다. 책상 위에서 대화한다면 상대방이 이야기 할 때 깍지를 끼고 자신의 가슴 앞에 살며시 내려놓고, 의자에서 대화한다면 양손을 깍지를 끼고 무릎에 살짝 포개놓는 것이 상대방에게 긍정적 인상을 줄 수 있는 효과적인 제스처다.
Tip 3. 악수는 두 손으로 하는 것이 친근감을 높인다
첫 미팅자리에서 허리를 살짝 숙이고 얼굴에 웃음을 띄우며 두 손으로 악수를 정중하게 하는 사람을 누가 싫어할까? 두 손을 사용한 악수는 그만큼 단 한 번뿐인 첫인상이라는 유일한 순간을 오랫동안 기억하게 만드는 마법의 열쇠이다. 너무 강하게 상대방의 손을 쥐지 말고 얼굴에 밝은 미소를 가득 띄운 채 상대방이 내민 손을 두 손으로 잡고 ‘처음 뵙겠습니다. OOO 라고 합니다’ 라고 공손하게 말해보자. 상대방의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고 그의 머릿속에는 어느새 당신이라는 사람에 대하여 좋은 이미지가 각인될 것이다. 절반의 성공이다.
Tip 4. 매력적인 제스처를 개발하라
일반적으로 사람이 상대방에게 호감을 느낄 때 말에 담긴 메시지에서 7%, 음성에서 39%, 그리고 나머지 55%는 매력적인 제스처에서 느낀다고 한다. 그만큼 제스처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강력한 툴이 될 수 있다. 내 기억에도 자신만의 매력적인 제스처를 가지고 있던 상대방(예를 들면 나와 친분이 두터운 모 대사관의 마케팅 팀장의 경우 어떤 것을 설명할 때 집게손가락 모양을 만들어, 즉 검지와 엄지를 덧붙여 자신의 눈 옆에 가져다 대고 흔들며 설명하곤 한다. 그림이 없으니 참 설명하기도 어렵다)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거울을 보며 자신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하면 매력적인 제스처를 보여줄 수 있는지 연습하라. 시간이 아깝다거나 부끄럽게 느껴지는가? 당신은 프로인줄 알았는데?
Tip 5. 정중한 거절은 무례한 승낙보다 낫다. 끝까지 적을 만들지 말라
중국의 어느 노인이 기르던 말들이 도망갔다가 암말 한 필이 돌아왔는데, 노인의 아들이 그 말을 타다가 다리가 부러졌고, 결국 나라의 징집령을 피해갔다는 고사 새옹지마 (塞翁之馬)는 비단 인생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비즈니스 세계에도 엄연히 새옹지마가 존재한다. 지금 당장 우리 회사에 득이 되지 않는 거래라 하여 그 사람이 언제 어떻게 내게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될지 모르는 일이다. 실제 일어났던 사례인데 해외 사업에 대하여 끝까지 의견차를 보이다가 결국 사업진행이 결렬되고만 어떤 사업주가 있었다. 나는 당시 사업의 원만한 클로징을 위하여 그에게 진심 어린 이메일을 보냈고 세월이 흘러 그는 내가 운영하는 여행사의 중요한 고객 중 한 명이다.
Tip 6. 질문을 자주 던져라
질문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고 있다는 일종의 반작용 시그널이다. 당신이 주의 깊게 듣고 있다가 던지는 질문들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이 사람이 나와 진지한 자세로 대화에 임하고 있구나’라는 일종의 착각을 일으킨다. 강단에 서서 PT를 하거나 누군가의 앞에서 연설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이 내용에 공감할 것이다. 자신의 말을 그저 멍하니 듣고 앉아있는 사람과 적극적으로 자신이 말한 내용에 대하여 정중하게 질문해오는 사람과는 큰 인식의 차가 생긴다. 내 경우에는 미팅 시 그저 멍하니 내가 말하는 내용을 듣고만 있는 사람에게는 일종의 강한 스트레스까지 느낀다.
Tip 7. 진실하라, 또 진실하라
어쩌면 앞선 팁들에 가장 우선하는 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그 어떤 팁보다 강력한 팁이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이보다 더 강력한 무기는 없다. 진실은 결국 모든 것을 앞선다. 아무리 뛰어난 비즈니스 기교와 화술, 사교술로 중무장한 사람이라도 진실이 없으면 금방 모든 것이 들통나버린다. 진정 마음속에서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야말로 당신의 비즈니스 미팅을 가장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방법이라고 단언한다. 사람은 생각보다 예리하다. 가식으로 무장하여 아무리 앞의 팁들을 연습하여 미팅에 임한다 한들, 결과적으로 상대방의 눈에는 당신의 가식이 뻔히 보인다. 책상 반대편에 앉아있는 비즈니스맨은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똑똑하기 때문이다.
그 외의 팁들
명함은 명함케이스에 넣고 항상 몸에 지녀라
비즈니스 미팅은 반드시 예정된 시간에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과의 갑작스러운 미팅은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얼마든지 생겨날 수 있는 일이다. 사회초년생 영업사원들은 누구나 한 번쯤 ‘영업을 하는 사람이 명함도 없어’라는 핀잔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명함은 비상시를 대비하여 항상 몸에 몇 장 지녀야 한다. 자신은 정중하게 명함을 건넸는데 “아 죄송하지만 제가 명함이 다 떨어졌습니다”라고 대답하는 사람을 보면 일단 -5점이다. 또한 당연한 이야기지만 명함은 당연히 명함지갑에서 꺼내 정중하게 상대방이 읽기 쉽도록 두 손으로 건네야 한다. 바지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꼬깃꼬깃 접힌 더러운 명함을 건네는 것은 기본 예의에도 벗어날뿐더러 돌이킬 수 없는 부정적 이미지를 상대방에게 심어주기에 충분한 행동이다. 아참, 명함을 받았으면 바로 내려놓지 말고 약 3초간 명함을 응시한 후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미팅에 임하자. 비즈니스맨은 그만큼 철저해야 하는 것이다.
화의 시작단계에서부터 곧바로 일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금물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서로 원하는 것을 얻어내야 하는 비즈니스 미팅 자리에서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실수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주로 목적성이 강한 미팅에서 흔히 드러나는 경우인데 내 경우에 수없이 이런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 명함을 교환하고 앉자마자 “자 그래서 저희는 이렇고 이 사업은 어떻고 수익성은 어떻고”라며 종알종알 곧바로 비즈니스 이야기를 시작해버린다. 물론 실리적으로 보면 서로 시간낭비 없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수 있겠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심지어 전설적인 거장들이 만들어낸 클래식 연주나 위대한 오페라조차도 엄연히 서곡이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하물며 당신은?
에필로그
비즈니스 미팅에서 단 한 순간의 긍정적인 인상이 얼마만의 가치를 가져다 줄 수 있는지 계산해 본 적이 있는가? 단순히 산술적인 사업적 이득 외에도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까지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해 진심 어린 태도를 견지하는 자만이 비즈니스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미팅과 수많은 거래, 그리고 수많은 제안과 수많은 기획서들. 과연 우리는 비즈니스라는 거대한 세계에서 얼마만큼 긍정적인 모습으로 상대방에게 각인되고 있는가? “아 저 사람은 틀림없어”, “저 사람은 정말 믿을만해”, “저 사람이 제일 열심히 하니까 거래했으면 좋겠어”라는 긍정적 피드백을 당신의 상사가 상대업체의 관계자에게 듣게 된다면 당신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이미지를 얻는 것은 물론, 당신이라는 브랜드에 대해 그 누구보다 열심히 홍보해 줄 한 사람의 마케팅 서포터즈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위에 나열한 법칙들은 단순히 짧은 사회생활에서 내가 경험한 내용들이지만 일반적으로 통용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 부족한 글의 결론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는 팁이다. 그 것 외에 비즈니스에서 성공하는 방법은 없으니까..
크몽 재능